욕심을 버려라

기자: [길신] 래원: [길림신문] 발표: [2008-11-08 오전 1:02:00]


○ 장송심 (연길)

그동안 경추염으로 크게 앓다나니 녹쓸어진 머리는 쇠덩어리처럼 굳어져 그처럼 미치도록 쓰고싶던 글도 도무지 써내려갈수 없는 괴로운 나날들이 나한테서 중복되고있었다.  여름방학이여서 나에게서 제일 흔한것이 시간이라 매일 컴퓨터앞에서 생명처럼 귀중하다는 시간을 그냥 물처럼 덧없이 흘러보내고있었다. 목이 통나무처럼 뻣뻣해도  잠시라도 바라보지 않으면 기분이 엉망이 되고마는 사랑스러운 컴퓨터를 떠나고싶지 않아 오늘도 충실한 호위병처럼 온종일 컴퓨터를 지키고있다. 빈둥빈둥 할일없는 이 몸을 위로해주려고 인터넷바다에 뛰여들어 여기저기 마구 싸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심심풀이로 연변대화방에 들어갔었다. 그냥 이것저것 눈팅도 하고 또 남들의 대화부탁에도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데 난데없이 화살처럼 날아오는 한마디에 홀연 내 마음이 찡해지면서 온 몸에 약간의 전률을 느꼈다.

《고향에 가고파도 갈수 없는 타향에서 향수에 절어진 이 몸, 고향의 님을 향해 삼가 인사드립니다.》

순간 나는 엉거주춤해있던 몸체를 일으켜세우고 신이 들린듯 곧바로 《고향을 그리며》란 아이디를 향해 마우스를 눌러 나의 첫 화살을 쏘았다.

《안녕하세요? 타향에서 수고많으시군요.》

《네, 고맙습니다. 육체가 힘든건 괜찮지만 사랑스러운 고향이 그리워서 너무너무 괴롭습니다.》

《그러세요? 고향 떠난지 얼마 되셨어요?》

《아직 일년이 안됐어요. 허지만 고향 떠난지 십년 넘는듯이 지루하게 느껴져요. 지긋지긋한 이 나날들로 하여 매일매일 생명이 감수되는것 같아 진짜 후회돼 죽을 지경이예요. 저 한국나오려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말리고픈 심정이거든요.》

《왜 후회되는거죠?》

《고향의 친인들이 얼마나 그리운지 몰라요. 날마다 내 품속에 감겨들던 귀염둥이 딸애가 보고싶구요, 날마다 따뜻한 미소를 주던 사랑스러운 안해가 그리워요. 존경하는 부모형제가 그립고 짜개바지 입고 같이 자랐던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그 대신 여기에선 현장에서 일하는 감독의 서슬푸른 눈길이 두렵고 일이 서툴다고 잔소리를 해대는 동료들의 큰소리가 두려워요. 정말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자체가 고역이고 징역살이인것 같아요.》

《그래도 고향에선 방문취업제로 한국가려는 분들이 장사진을 이루었어요. 시험치는 분들은 많고 추첨은 얼마 안되니 가지 못하는 분들 안달복달하거든요. 그렇게 힘든 한국길을 님은 이미 밟은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잖아요? 암튼 힘들게 한번 선택한 인생의 길인데 부디 가족 위해 힘내시기를 바라요.》

《네, 지당한 그 말씀 고맙습니다. 나에게 차례진 좋은 기회니깐 힘들어도 래일의 행복을 위하여 버텨나가야 하지만 인젠 지겨움에 찌들어 몸도 거의 망가진 상태거든요. 한국에선 의료값이 하늘을 찌르는지라 몸이 아파도 그 개도 먹지 않는 돈이 아까와 병원에도 못가고있는 신세랍니다. 게다가 매일 내리막길만을 달려서 마음을 조이게 하는 한국화페로 하여 벌어놓은 돈도 얼마 안되구요. 하지만 님의 말씀 명심할게요. 오늘 장아찌처럼 스트레스로 절어진 못난 이 몸에 활기를 부여해준 님 감사합니다. 래일을 위해 오늘은 이만 내릴게요. 안녕!》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져간 아이디였건만 마디마디 내 심금을 찔러주던 그 말들의 여운이 오래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바람에 얼마나 많은 친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리별하고있는것일가? 건강하고 씩씩하던 생명들이 타향에서 갑자기 들이닥치는 고된 일에 부쳐 건강을 잃고 지어는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목숨까지 잃고있는 현상들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있다. 그렇다면 한가슴 가득찼던 아름다운 소망들이 눈앞에 들이닥친 재앙으로 하여 빠져나올수 없는 고통과 후회, 비애와 슬픔으로 바뀌여졌을 때의 그들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왔을가!

이 불우한 인간들속에 끼여있는 나의 오빠와 형님도 참담한 현실로 지금쯤은 오열에 떨고있으리라. 오빠와 형님 생각을 하니 어느새 눈시울이 젖어든다. 고향에 있을 때에도 시름시름 자주 앓던 병약한 오빠였지만 형님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무병하고 건실한데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하여 꼬리없는 소로 불리울 정도였다. 그만큼 궂은일, 마른일 가리지 않고 억세게 일하여서 살아가는데는 별문제 없었다. 그러던 형님이 몇년전에 오빠와 함께 로씨야로 가서 장사를 하다가 돌아오던중 교통사고를 당하였다. 당장에서 숱한 피를 쏟고 정신을 잃은 형님은 그대로 병원에 실려가 대수술을 받았는데 그후부터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던 형님의 몸은 하루하루 못해져갔고 그 후엔 병원놀음도 곧잘 하였었다. 그래도 고향에서의 이 몇년은 아픈 몸을 추스리며 시장에서 매대를 세맡고 하루하루 버티더니 지난해 년말에는 시장이 불경기여서 모든것을 때려치우고 오빠와 함께 한국행을 선택하였던것이다. 한국에 가면 몇년을 꾸준히 벌어서 그동안 빚졌던 새집값과 장식비를 뽑아내겠다고. 그리고 홀로 계시는 어머님을 한국유람시키겠다면서 동경과 신심에 찬 어조로 비행장까지 배웅하러 나온 친인들을 위로하여주었다. 그러던 형님이 한국가서 힘든 식당일을 하면서 앓기 시작하더니 두달전에 소식이 오기를 지금 유방암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있는중이란다. 이 소식을 들은 년로한 어머님의 두눈에서는 구슬픈 눈물이 비오듯이 쏟아져내렸고 언니가 없어서 손우의 두 형님을 언니맞잡이로 알고있는 이 내 마음도 칼로 가슴을 에이는듯 너무너무 아팠다. 행운스럽게도 한국에 있는 형님의 자매간들이 곁을 지켜주면서 뒤바라지를 하여주고 또 오빠의 사랑과 관심이 큰 힘으로 되여 치유도 잘되고있다니깐 불행중다행이였다. 암튼 항상 부지런하고 마음씨 착한 나의 형님이 꼭 이 위기를 면할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빠가 자기의 딸애와의 전화통화에서 명언처럼 내 던진 한마디 말이 지금 이 시각 새삼스레 떠오른다.

《욕심을 버려라.》

이 세상에 돈이라는 이 물건이 생겨나서부터  사람들은 날로 팽창해져가는 물욕에 점점 빠져들어가고있다. 귀신도 부릴수 있다는 돈의 그 위력으로 하여 사람들은 눈앞의 리익에 도취되여 모든것을 아랑곳하지 않고있다. 단란하던 가족들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지고 귀여운 자식들이 잃어버린 사랑으로 하여 흐느끼고있다.

비록 아글타글 억세게 일하여 돈은 벌었다지만 그동안 로심초사해온 몸은 이미 다 시들어버려  건강도 정열도 다 잃어버린것이다. 모든것이 나무아비타불이 되여버린것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챙기는 지인이 될것이리라. 이 모든것을 이룩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욕심을 버려야 하는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의 오빠가 간난신고끝에  터득한 삶의 지혜일것이다.

이전에 메신저에서 풋면목을 익힌 교원 한분이 있었는데 자신은 무연고한국방문취업제로 한국행수속을 하여 방학이면 한두달씩 한국에 가서 일하면서 얼마쯤 수입을 올리고있다고 하였다. 그때 그분이 얼마나 부럽던지! 하여 나도 수속을 할가고 작심하고 남편과 여쭤봤더니 남편이 흥!하고 코방귀를 련속 뀌여댄다. 지금처럼 안일한 환경속에서도 제 한몸의 건강을 갖춰내지 못하는 주제에 그런 일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것이다. 그냥 무슨 일이나 헛욕심만 있어 되는 세상이 아니니깐 그냥 지금같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만족하라는것이다.

그때는 남편의 그 말에 기분이 좀 상하기는 하였지만 오늘 생각해보니 천만지당한것 같다. 욕심을 버리고 오늘에 만족하자. 오늘의 삶에 만족하고 오늘의 행복에 만족하고 오늘의 모든것에 만족하자. 작은것에 만족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모든것에 도전한다면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풍요롭고 행복하고 뿌듯해질것이다. 올리 쳐다보면 목이 아프고 눈이 아프지만 내리 바라보면 편한 시야로 하여 마음이 경쾌해지고 즐거워질것이니. 허지만 현실에만 만족하고 목표가 없는 무골충으로는 살지 않을것이다. 지나친 욕심과 물욕을  버리고 자신의 푼수에 맞는 즐거운 욕망과 아름다운 소망을 안고 시나브로 자신을 가꿔가면서 한번밖에 없는 귀중한 내 삶을 더 충실하게 가꿔가리라.

요란한 엔진소리에 정신이 펄쩍 들어 밖을 쳐다보니 해살밝은 하늘가로 비행기 한대가 한마리의 수리개처럼 오연히 창공을 꿰찌르며 자유롭게 날고있었다. 언젠가는 저 비행기에 앉아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형님과 오빠를 그리며 나는 멀어지는 비행기를 한 점으로 변하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리멀리 눈바램해주었다.